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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비전공 개발자 국비 수료 후 취업 회고

by Amy IT 2023. 1. 7.

처음 Hello World를 출력했을 때 기분을 잊을 수 없다.

 

2022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간 국비 지원 교육 과정을 수강했다. 이 짧은 기간은 내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수료 후기를 남길까 하다가 취업까지 하고 취업 회고를 남기고 싶었고, 다행히 감사하게도 첫 번째 취준에 합격하게 되어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도전

나는 비전공자 중에서도 정말 비전공자, 인문대 출신이다. 인문학 공부를 좋아했고 잘하기도 했지만, 진로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인문학으로는 내가 원하는 미래를 그려나가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나도 같이 변화하고 직접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물론 당연히 인문학자로서 그렇게 하고 계시는 대단한 분들이 계신다. 인문학을 좋아하고 그 중요성에 공감하기에 결코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역량이 더 잘 발휘될 수 있는 다른 분야를 찾고자 했고, 또 좀 더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에 주목했다. 그게 바로 프로그래밍이었다. 프로그래밍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변화가 크고 세상의 많은 부분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분야였다. 이 분야가 "핫"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던 나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나의 많은 가능성과 선택지에 어떻게 프로그래밍이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분석해 보니 그렇다. 처음 계기는 그러하지만, 프로그래밍을 통해 내가 원하는 미래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여겼고 실제로 배워보니 적성에도 너무나 잘 맞아서 개발자가 되고자 확신하게 되었다.

 

국비 지원 학원에 대해 찾아보면 안 좋은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 교육의 질과 수강생 수준 등 여러 방면으로 말이다. 직접 겪어보신 분들이 하는 이야기들이기에 말하기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나는 무료로 이렇게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정말 감사했고 덕분에 개발자의 길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떤 분야에 새롭게 관심이 가도 적성에 맞을지는 사실 직접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해 보는 것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회비용이 크다면 당연히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비 지원은 내가 보다 수월하게 도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감사한 제도였다. 

 

적성을 찾다

아직 개발자로서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적성을 논하는 게 가당한가? 실제로 일을 시작해 보니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르고 생각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2N 년 살아온 경험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는 알 수 있다. 나는 국비를 시작하자마자 이게 내 적성에 맞다는 것을, 맞으리라는 것을 느꼈다. 정말 정말 재밌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이런 공부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새롭고 재밌었다.

 

내가 다닌 학원은 SQL부터 배웠는데, SELECT 쿼리를 날려서 내가 원하는 데이터를 쭉 뽑아오는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재밌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문법에 맞게 문장을 작성하면 동작하는 과정 자체가 재밌고 신기했다. 특히나 문제 푸는 것이 너무 재밌었고 빨리 더 어려운 문제를 풀고 싶었다. SQL이 끝난 뒤 자바를 배웠다. 나는 이클립스 다크모드에서 처음 Hello World를 출력했을 때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딱 내가 상상하던 멋진 개발자의 모습이었다. 드디어 Hello World를 쳐보는구나 싶어 설렜다. 너무 예뻐서 이상한 자부심까지 들었다. 다크모드가 난시에 안 좋다고 해서 지금은 라이트모드에 익숙해지고자 하고 있는데, 아쉽다. 다크모드 너무 예뻐... 새롭고 신기한 것이 한가득이었다. 역시 논리적으로 문법에 맞게 문장을 작성하면 프로그램이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것이 정말 좋았다. 강사님이 내주신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설계해서 가장 먼저 제출하고는 했다. 무조건 빨리 하는 것보다 코드의 질이 더 중요하겠지만, 나는 괜한 승부욕이 있었다. 

 

이후로 HTML, CSS, JavaScript를 배우고 Servlet, JSP까지 배운 후 팀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내가 다닌 학원에서는 특이하게 프로젝트를 Servlet, JSP 버전으로 1차 개발하면서 동시에 Spring Framework를 배우고, 1차 개발 완료한 프로젝트를 Spring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쳤다. 기본 문법을 배우고 연습 문제를 푼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재밌었고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는 정말 너무 재밌어서 쉴 줄도 모르고 하루종일, 정말 하루종일, 주말에도 항상 프로젝트를 했다. 어떤 문제 상황이 주어지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조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코드 생각이 났다. 심지어 꿈에도 나왔다. '아, 그건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면서 꿈에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떠올렸다. 나중에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종종 꿈에서 해법을 찾는다더라. 이렇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공부와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시도도 해 보지 않았다면 이런 적성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팀프로젝트

팀프로젝트를 위한 팀을 처음 구성할 당시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고, 또 잘해보고 싶다는 의욕도 넘쳐났기에 팀장에 지원했고, 다른 희망자 한 명과 가위바위보에서 이겨서 팀장이 되었다. 우리 팀은 6명으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비전공자였다. 바로 앞에서 프로젝트가 너무 재밌었다고 했지만, 팀장으로서 처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단계에서 미숙한 점이 많았다. 프로젝트는 대체 어떻게 시작하는 것인지 프로젝트 단계에 대해 공부하고, 기획 및 설계 방법에 대해 조사했다. 주제를 정하고, 역할을 나누고, 화면설계서와 기능명세서라는 것도 만들어 보며 하나하나 조금씩 진행해 나갔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설계 위에서 기능 개발을 시작했고 이후로는 원활하게 진행이 됐다. 부족한 팀장을 믿고 따라와 준 팀원들에게 고마웠다.

 

내가 맡은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무척 즐거웠지만, 팀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정말 즐거웠다. 여기저기서 "헬프"를 외치는 팀원들의 문제를 차례대로 하나씩 같이 해결하면서, 때로는 정말 웃긴 실수를 찾고 때로는 구체적인 로직을 같이 만들어 나갔다. 안 풀리던 문제를 마침내 해결했을 때 속 시원해하면서 팀원과 하이파이브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긴 하지만, 문제를 마침내 해결했을 때 그 성취감 역시 아마 즐거움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우리 팀은 계획했던 것 이상의 결과물을 산출해 낼 수 있었다.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열심히 해 준 덕분이었다. 좋은 팀원들을 만난 것도 분명한 행운이었다. 강사님과 다른 수강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많이 들었다. 정말 뜻깊고, 보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수료 후

국비 교육 과정을 1등 우수생으로 수료했다. 기뻤다. 하지만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일단 코딩 테스트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수료 후 약 3주 간은 알고리즘만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기본서 한 권을 정독하며 프로그래머스, 백준을 풀었다. 내가 본 책은 "누구나 자료 구조와 알고리즘"인데 완전 추천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자세히 설명해 주고, 저자가 정말 재미있다. 혼자 공부하면서 큭큭 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프로젝트는 팀프로젝트 한 개밖에 없었지만 하나 더 제대로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았다. 국비 교육 과정 중에도 개인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할까 말까 고민을 했었지만, 팀프로젝트 하나만 제대로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여기에만 집중했다. 개수 자체는 크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거기서 무엇을 했고 왜 했는지 뭘 배웠는지 등 실제로 얻은 성과와 결과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소서는 항상 읽는 사람을 생각하며 쓰고자 했다. 평가하시는 분들은 정말 수많은 자소서를 읽으셔야 한다. 수천 자, 수만 자를 읽다 보면 얼마나 피곤하실지 생각하며 최대한 읽기 쉽고 명확하게 내가 뜻하는 바를 전달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자소서가 가장 어려웠는데, 쓰다 보니 내 인생을 정리하며 회고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내가 왜 개발자가 되기로 했는지 상기하며 마음을 다시 다지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 또, 어떤 회사에 가고 싶어서 지원하는 것이지만 보통 그 회사와 직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자소서를 쓰면서 회사에 대해 공부하고 입사했을 때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 알아보면서, 나의 성향 면에서도 커리어 면에서도 좀 더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 나갈 수 있게 된다.

 

기술 면접 대비를 위해서 기본적인 내용들을 노션에 정리하며 공부했다. 구체적으로 깊이 공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아예 답변을 하지 못하는 상황만 피하자는 생각으로 일단 기본적인 것에 집중했다. 그 외 이력서, 자소서, 포트폴리오에서 질문이 나올 수 있는 내용들을 다시 한번 정리했고, 인성 면접 대비로 기본적인 면접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하고 정리했다. 면접 역시 중요한 포인트는 면접관님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 온 이력과 나의 역량을 잘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잘 되는 사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그렇게 했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다행히 좋게 보아 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개발자의 길 시작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운도 좋았던 것 같다. 지금 합격한 회사는 서류 합격도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서류에 합격해서 몇 군데 지원하지도 않고 딱 지원한 곳에만 집중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지, 조금 무모했을 수도 있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부족한 나를 믿고 뽑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나도 이제 드디어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턴이라 아직 정규직이 아니고, 인턴 기간 동안 잘해야 전환이 되지만...!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열심히 배우면서 나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의로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블로그에 회고글을 올리시는 다른 분들을 보면 그래도 보면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는데, 나는 쓰다 보니 너무 일기 같기만 해 조금 민망하다. 공부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글만 올리다가 처음 회고글을 올려서 아직 어색한 걸까? 내가 이렇게 잘하고 너무 재밌어한다... 이런 내용이라서 그런 걸까? 나중에 일을 시작하고 조금 지나서 보면 굉장히 부끄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시간을 들여 회고글을 처음 남기는 이유는, 개발자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에 마음을 다잡고 초심을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에 올랐고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자세히 남겨 놓고 싶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그 생생했던 기억과 감정들도 차차 흐려져 갈 수밖에 없다. 취준 기간 동안에는 글을 못 올렸지만, 앞으로는 꾸준히 글을 올리고자 한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받고 있기 때문에, 나도 개발자로서 경험을 쌓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나는 2022년 국비 지원 교육 과정을 시작한 것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내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터닝포인트였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 이제부터 새로 배워야 할 것들도 너무나 많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질 개발 공부와 커리어가 더욱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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